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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공유] 3D에 쓰러져간 제조업, 3D 프린터로 벌떡 일어섰다 (한국경제)

2024.08.05

한국경제가 ‘K인더스트리 4.0 — DX의 힘’ 기획으로 삼영기계의 주조 공정 디지털 전환을 다뤘다. 샌드 3D프린팅으로 주형 생산 방식을 바꾼 과정과 그 성과를 세 갈래로 짚었다.

열악한 주조환경, 공정 혁신만큼 중요했던 마인드 혁신

“우리 회사 주조 공장은 몇 년 더 갈 수 있나요?” 2013년 삼성전자에서 퇴직하고 회사에 합류한 한국현 사장이 임직원 간담회에서 받은 질문이다. 뜨거운 쇳물을 부어 선박과 철도 엔진 부품을 만드는 삼영기계는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이었지만 열악한 작업 환경 탓에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렸고, 경쟁사들은 하나둘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던 때였다.

중국 이전도 검토했으나 부품의 기계적 성질을 좌우하는 주조 공정의 핵심 기술이 결국 유출될 것이라는 판단에 미봉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손이 많이 가는 후처리 그라인딩 공정에 로봇을 도입하는 자동화도 병행했지만, 작업자보다 속도가 느린 데다 부품의 좁은 안쪽 면을 다듬기엔 한계가 있어 몇 년 만에 실패로 끝났다.

실마리는 책에서 나왔다. 마침 출간된 신간 『미래 주조산업과 첨단 IT기술의 융합』에 소개된 산업용 샌드 3D프린팅은 쇳물을 주입해 부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필요한 모래 거푸집(주형)을 3D프린터로 대체하는 방식이었다. 전통적인 방식은 금형을 만들고 거기에 모래를 다져 넣어 주형을 만드는 2단계 간접 생산이며, 여러 작업자가 매달리는 주조업계에서 가장 고된 공정이다. 3D프린팅은 금형 제작 과정 자체를 생략하는 직접 주형 생산(direct mold production)을 뜻했다.

현장 베테랑들은 “3D 프린팅 기술로 될 일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고 창업주인 한금태 회장도 처음에는 쉽게 수용하지 못했다. 한 사장은 “DX란 공정 혁신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마인드 혁신이 뒤따라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산업용 3D프린터 국내 첫 개발, 자동화와는 다른 디지털 전환

삼영기계는 2013년 독일 기업의 샌드 3D프린터를 들여왔다. 독일에서도 출시된 지 1~2년밖에 안 된 최신 설비였다. 효과는 예상대로였지만 한 번 고장 나면 독일에서 수리기사와 부품이 올 때까지 한두 달을 기다려야 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한 사장은 국산화에 뛰어들었다.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의 5년간 총 25억 원 규모 ’우수기술 연구센터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개발에 탄력이 붙었고, 삼영기계는 2020년 국내 최초로 샌드 3D프린터 BR-S1100 을 출시했다. 독일 기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상용화였다.

국산화한 장비는 3차원 디지털 데이터만 입력하면 어떤 모양이든 제작할 수 있고,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기능과 모바일 앱 원격 제어도 갖췄다. 성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실린더 헤드의 주형 생산 공정 시간은 78%, 주조 생산 원가는 14% 줄었다. 피스톤은 전체 주조 공정 시간 40%, 주조 생산 원가 19% 절감 효과를 냈다. 총 17단계였던 공정은 8단계로 단축됐다.

한 사장은 “단순한 공장 자동화 관점에선 모든 공정을 로봇이나 기계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공정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디지털 전환(DX)은 자동화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방산 부품까지, 고부가가치 기업으로

인력난을 해결하려고 개발한 기술은 예상 밖의 방향으로 뻗어 나갔다. 경기 광교신도시 갤러리아 백화점 외벽(파사드)에 돌출된 구조물이 삼영기계 작품이다. 시공을 맡은 한화건설은 파사드 각 꼭짓점에서 여러 각도로 불규칙하게 뻗어나가는 ’비정형 노드’를 공기에 맞춰 만들어낼 공법을 찾지 못해 준공 일정에 차질을 빚을 뻔했다. 한 사장은 “5000여 개의 서로 다른 노드를 전통적인 주조 방식으로 제작하려면 금형 또는 목형을 하나하나 깎아야 했다”며 “3D 프린팅 기술 덕에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조 혁명은 다른 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인천 주안산업단지의 서울엔지니어링은 2년 전 삼영기계의 3D프린터 2대를 설치해 제철소 고로에 1500도 이상의 열풍을 불어넣는 핵심 장비인 풍구의 주형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진동석 서울엔지니어링 상무는 “주형 제작에 필요한 작업자와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3D프린팅 전문 매체 월러스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약 24조 원 규모였던 적층 제조 시장은 2030년 138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영기계는 주력 사업인 선박·철도용 엔진 부품을 벗어나 최근 방산 부품 시장에도 진출했으며, 다양한 부품이나 소량 주문도 동시에 소화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한 사장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다른 업체들이 엄두를 낼 수 없는 복잡한 형태의 제품도 제작할 수 있는 설계 자유도를 확보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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